전기자동차 “2010년이면 시장 20% 육박할 것”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전기자동차를 봐왔습니다. 자동차 역사 120년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놀라운 것입니다. 물론 더 놀랍게 느껴질 건 지난 몇 년이 아니라 앞으로의 몇 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LG경제연구원(www.lgeri.com)이 11월 22일 발표한 자료도 이런 전기자동차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서두의 시장 예측은 '당분간 하이브리드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10년 후면 전기자동차도 이에 못지 않게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전지를 둘러싼 기술 발전과 충전 인프라 2가지가 산업 재편의 핵이 될 것입니다.
전기자동차가 앞으로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근거로는 정책적인 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11월 17일 오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우리만 해서 될 일은 아니겠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모두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게 전기자동차 개발에 탄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제시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지금 내연기관의 효율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났다는 것이죠.
실제로 일본은 2020년 전기자동차 비중이 40% 가량은 되어야 하는 배기가스 규제 목표를 제시했고(그나마?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다시 내놨다고 합니다) 미국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는 국가 연비 기준 달성 기간을 2016년으로 당초 목표보다 상향조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유럽은 2015년 기준으로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130g 이상이 넘으면 누진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일 뿐입니다. 1%가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이 되어버린 데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만 해도 전 세계에 나온 전기자동차 모델은 13개였고 올해 판매 중인 걸 다 따져봐야 29개 가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조사의 계획만 보면 2012년이면 120개가 넘는 새로운 전기자동차가 시장에 쏟아질 예정입니다.
다른 변화도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크게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EV. PHEV),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ybrid EV. HEV)의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BEV는 순수 전기로만 움직이는 녀석, PHEV는 동력원은 전기만 쓰지만 충전에 필요한 내연기관을 내장한 것, HEV는 동력원으로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쓰는 녀석을 말합니다.
변화라는 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품 라인업은 HEV, 그러니까 동력원 2개인 하이브리드가 많았지만 올해부터는 PHEV나 순수 전기인 BEV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올해 선보인 16개 모델 중 8개가 PHEV나 BEV였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오는 2012년에도 HEV가 주류일 테지만 PHEV나 BEV 비중도 4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몇 가지 걸림돌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걸림돌이란 전지 자체와 충전 인프라 확보 2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전지 가격은 현재 kWh당 1,200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10년 뒤에는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다소 낙관적인 측면이 강한 면도 없잖아 있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HEV의 경우 1kWh 내외 전지를 끼우면 그만이지만 PHEV나 BEV는 이보다 적게 봐도 5배, 많게는 20배나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지의 가격과 용량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전지 용량에 대한 고민은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충전 인프라 확충은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좋은 장치인 것도 분명합니다. 다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 과제라면 과제겠죠.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앞서 언급한 정책적 변화에 따라 전기자동차는 2020년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2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간에 산업 자체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이건 너무 기니까 생략하고 결론을 보면 전기자동차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업의 변화 흐름 간파 등이 중요하며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사업 모델 개발 등 다각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보면 미국이나 일본은 둘째치더라도 중국도 전기자동차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 중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공용 전기자동차에 대해 6만 위안, 우리 돈으로 900만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을 계획 중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향후 5년 동안 150억 달러가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과 세제 혜택, 보조금과 소비자 보너스 명목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정부와 기업 모두 이런 흐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고서 관련 내용은 LG경제연구원(www.lgeri.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